21회

18. 무능(2)

18. 무능 (2)

희망은 나에게서만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에게서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 같았다. 아내는 내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하거나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묻지 않았고, ‘연락 없었어?’라는 메시지만 가끔 보낼 뿐이었다. 나는 주어가 빠져 있는 짧은 문장을 보고 그녀의 속마음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브랜든이 반드시 살아서 연락할 거라는 믿음을 지키고 있는 건지, 아니면 경찰에서나 연락이 올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지 해석할 수 없었다. 브랜든이 무사하더라도 그애가 나에게 연락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아내가 나를 조롱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양쪽 부모님들도 더는 나에게 기사를 전달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먼저 기사를 검색해 그들에게 보내도 아무도 답장하지 않았다.

여전한 것은 주아뿐이었다. 주아는 아이가 죽고 나면 모든 게 끝이라고, 손을 쓸 수 있을 때 어떻게든 뭐라도 해보라고 날마다 종용했다. 너라면 어떻게 하겠냐는 나의 질문에 그녀도 딱히 좋은 답안을 내놓지는 못하면서도 너같이 그렇게 있지는 않을 거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 장담하지 말라고 하는 내게 그녀는 어디든 가보라고 하거나, 아내 곁으로 가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거실에 앉아 노트북 너머로 가끔 나를 쏘아보았다. 그녀의 시선 속에 너는 왜 아직 왜 거기 있냐, 너는 왜 살아 있냐, 그런 질문이 들어 있는 것 같아 눈을 마주치기 힘들었다. 나는 주아를 피해 방으로 들어가 뭐라도 하는 척했다. 나는 병을 앓는 것처럼 보이는 주아를 혼자 내버려둘 수 없다는 핑계로, 방은 너무 덥고 선풍기도 하나 뿐이라는 핑계로 거실에서 주아와 함께 지냈다. 짐을 함께 정리하겠다는 핑계로 들어와놓고 쌓인 짐을 들여다보기는커녕 방에 들어간 것도 몇 번 되지 않았다. 이제 와서 그걸 정리한다고 하면 주아가 어이없어할 것이 뻔했지만, 이런 상황에 나와는 관계없는 일을 하는 것이 오히려 나은 것 같았다. 뭐하는 거냐고 물으면 이것만 정리하고 나가보겠다고 할 계획이었으나 주아는 궁금해하지 않았다.

사실 그 짐들을 본격적으로 풀어보고 정리하려던 건 아니었다. 주아 말대로 그녀의 엄마가 모아둔 쓸데없는 물건들인 줄 알았기에 대충 확인하고 버릴 생각이었다. 바닥에 쌓여 있는 상자들을 열어보고 나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한 상자에는 중고등학교 교복과 체육복이, 그 밑의 상자에는 주아가 초등학생 때 입었을 법한 옷가지들이 들어 있었다. 서랍장 위에 놓인 작은 상자에는 배냇저고리와 작은 인형, 딸랑이가 들어 있었다. 유재의 물건을 담아놓은 건가 싶어 뒤적이다가, 주아의 이름이 쓰인 아기 수첩을 발견했다. 나는 브랜든의 아기 수첩을 기억해보려 애썼지만, 그런 게 있었는지도 잘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아내가 산부인과에 다닐 때 들고 다녔던 수첩과 그 사이에 꽂아둔 초음파 사진들을 기억해냈다. 작은 아기집이 찍힌 사진을, 젤리 곰처럼 작은 브랜든을, 가랑이 사이를 좀처럼 보여주지 않아 성별을 쉽게 알려주지 않았던 브랜든을, 나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어 보였던, 정밀 초음파 사진 속의 브랜든을 기억하고 있다. 주아의 어머니가 주아가 목을 가눈 날, 뒤집은 날, 혼자 앉은 날, 처음으로 걸음마를 뗀 날을 기록한 것처럼 아내 역시 그랬을 텐데, 나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아기를 낳고 병원에서 퇴원할 때 받았을 수첩, 여러 번 예방접종을 받을 때마다 도장이 찍혔을 그 수첩을 나는 왜 모르고 있는지 모르겠다.

주아의 어머니는 수첩에 아기 주아에 대한 모든 것을 기록해놓았듯, 주아의 물건들을 그대로 보관해놓으려고 한 것 같았다. 몇 개의 상자에는 초등학교부터 모아놓은 교과서와 문제집, 공책, 시험지들이 들어 있었고, 또 어떤 상자에는 초등학교 저학년때 썼던 준비물 주머니부터 다 쓰지 않은 필기도구와 화구, 색종이 같은 것들까지 그대로 담겨 있었다. 나는 바람도 잘 들지 않는 방안에 앉아 얼굴도 모르는 주아의 어머니가 상자 속에 소중하게 꽁꽁 담아놓은 세월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내가 방에서 나가지 않자 주아가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와서는 바닥에 부려놓은 짐들을 보고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찼다. 나는 그녀에게 모든 게 다 네 것이라고, 어머니 물건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고 말하자, 주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상자를 열어보았다.

“부모는 이래야만 하는 건가? 작은 것까지 소중히 여기지 않아 브랜든이 그렇게 된 걸까?”

“아마 자기 짐만 정리하고 손을 안 댄 걸 거야. 이런 걸 다 쌓아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러니? 이것 봐. 이런 게 다 뒤섞인 내 생활은 진짜 엉망이었어.”

주아는 한 상자에 들어 있던 크기가 다른 옷들을 꺼내 보여주었다. 옷에는 좀이 슬어 작은 구멍들이 나 있었고, 쿰쿰한 곰팡내도 풍겨왔다.

“내가 알아서 다 버릴 거니까, 네 일을 해결해. 중요한 게 뭔지 좀 생각하라고.”

주아는 화가 난 사람처럼 방을 나갔다. 나머지 상자들을 모두 열어보다가 주아의 어머니가 쓴 일기장을 발견했다. 어쩌면 주아가 모임에 나가 알아내고 싶어했던 어머니의 죽기 전 행적을 추측할 단서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나는 그것을 주아에게 건네주지 않고 침대 매트리스와 프레임 사이에 끼워넣었다. 내가 무엇을 숨겼는지도 모르고 주아는 내게 애원하듯 말했다.

“할 게 없으면 기도라도 해. 제발 좀 그렇게 그냥 있지 마.”

대체 기도가 무슨 힘이 있다고 그걸 나에게 하라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대로 있다가는 집에서 쫓겨날 것 같은데다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에 그녀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하지만, 그녀나 모임 사람들처럼 기도가 무언가를 이뤄줄 거라고 철썩같이 믿지는 않았다.

“그 기도는 어떻게 하는 거야? 방법을 좀 알려줘. 정말 효과가 있긴 한 거야?”

“모임에 나가서 듣고도 안 믿겨? 못 믿어도 어쩔 수 없어. 아무튼, 방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간절한 마음으로 하는 거야.”

“너도 안 믿는 거 아니었어? 그냥 쓰라니까 쓴다면서. 진짜 네 기도 때문에 그 인간들이 그렇게 됐다고 믿는 거야? 자기들 행동거지 때문에 다 돌려받은 거잖아.”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나도 할말은 없어. 그래도 직접 간절하게 기도해보면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너도 알게 될 거야. 간절한 게 뭔지 네가 알기나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화가 나는 동시에 억울했다. 그 짧은 말 안에 그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훤히 드러나 있었다. 브랜든이 그렇게 된 이후 주아는 나를 소중한 게 뭔지 모르고, 간절한 것도 모르는, 사람의 도리도 모르는 어떤 것으로 취급하는 듯했다. 내가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내 행동이 자기 성에 차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비난했다. 아들 대신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간절한 게 아니라면 뭐가 간절하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종교가 없는 나는 어디서 본 것을 흉내내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모으고 난생 처음 기도를 시작했다. 어떤 신도 믿지 않았으므로 아무 신이나 불러서 소원을 빌었다. 모르는 신에게 기도하는 것은 무척 어색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마음속으로 더듬더듬 소원의 목록을 이어 붙여갔다. 브랜든이 무사하기를, 그저 방황하느라 떠돌고 있는 것이기를, 어디에 있든 건강한 상태이기를, 나에게 오지 않아도 되니 제자리로 돌아가기를, 나를 다시 보지 않아도 되고, 내가 죽었다고 말하고 다녀도 상관없으니 제발 살아만 있기를 빌었다. 매일 기도를 하다보니 다른 문장들은 모두 사라지고, 살아만 있으라는 단 한 문장만 살아서 펄떡거리며 입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문장은 입안에서 끊임없이 맴돌아 입 밖으로 쉴새없이 빠져나갔다. 나는 가슴이 갑갑해지고, 숨이 턱에 차 꺽꺽거리기 시작했다. 귀가 먹먹해졌고 코가 막혀 숨을 쉴 수 없었다. 이마에서 흐르기 시작한 땀이 눈과 코를 지나 입으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주아가 내 젖은 얼굴을 보고 함께 울기 시작했을 때가 되어서야 난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기도는 그토록 간절했고, 나에게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별 효과는 없는 듯했다. 그래도 나는 매일 기도했지만, 진심과는 별개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 또한 절실히 깨달았다.

나는 가족 모두가 나처럼 희망을 잃어가는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에게서 오던 연락이 뜸해졌다. 난 그들이 내가 무능한 놈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연락해봐야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브랜든에게서 연락도 없었고, 경찰에게서 들은 것도 없고, 새롭게 알아낸 것도 없었다. 가족 모두 무능한 상태로 브랜든의 귀환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걸까 생각하면 마음이 갑갑해졌다. 며칠 뒤 어머니에게서 온 연락을 받고 나는 무능한 건 나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어머니는 인사도 없이 아버지가 돈을 허공에 날리고 있다며 욕을 했다. 아버지는 아이를 찾기 위해 중국으로 사람들을 보냈다고 했다. 그들이 내내 변변한 소식도 없이 남이 준 돈으로 숙박비며 교통비며 펑펑 써대면서 유랑을 하는 것 같다며 어머니가 투덜거리자, 아버지는 손자한테 쓰는 돈을 아까워한다며 어머니에게 화를 냈다고 했다. 어머니는 그게 아니라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남의 말만 믿고 사람을 쓴 것에 대해 뭐라한 것인데, 마치 자신을 수전노 취급한다는 게 억울하다고 했다. 어머니는 그 사람들이 사기꾼이 아닌지 알아볼 방법이 없겠냐고 내게 물었다. 내가 그 넓은 땅덩어리에서 어떻게 브랜든을 찾을 수 있겠냐고, 한숨을 쉬며 사람을 쓰기 전에 왜 미리 말하지 않았냐 묻자 어머니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너도 찾느라 힘들 텐데, 우리가 알아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봐야지 너한테 짐을 지워서야 되겠냐.”

어머니는 처가에서도 국내에서 알아볼 수 있는 곳마다 끊임없이 문의하고 있고, 아내도 미국을 떠나지 못하고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 이를테면 브랜든의 친구들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내가 할일만 잘하면 된다고 안심시켰다. 사실상 희망을 잃은 사람은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가족들은 브랜든이 살아 있을 거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었다. 가족들은 더는 내게 뭔가를 하라고 하거나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지 않았는데, 아버지라면 응당 해야 할 일을 이미 하고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어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아서 그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러나저러나 나는 아들을 찾는 일에서 배제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를 닦달할 때는 가족들이 나를 내버려뒀으면 했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되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이 영 낯설지만은 않았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동안 나는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많은 일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었다. 대부분의 일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결정되었고, 나는 결과만을 전해 듣거나, 조용히 끝낸 일을 한참 뒤에 알게 되었다. 브랜든을 영어유치원에 보낸 일, 사립학교에 보낸 일, 조기 유학을 결정한 일 모두 내 의지가 아니라 아내와 처가, 부모님의 결정이었다. 내가 기러기아빠가 되는 것 또한 내 의지가 아니었다. 나는 무엇을 결정할 필요도 없었고, 해본 적도 없었다. 누군가 결정한 일이 잘못되면 내심 그 사람을 탓했다. 그렇다고 그런 상황이 특별히 부당하거나 억울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나는 원래 남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기대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내가 그러는 것처럼 남들도 나에게 그렇게 하기를 바랐다. 남들과 멀찍이 떨어져서 무엇을 결정할 필요도, 남들이 결정한 일에 끼어들 필요도 없는 것이 편했다. 그렇게 사는 게 서로 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이전에는 편하게 느껴지던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졌고, 내가 설 자리가 사라진 것 같았다. 나는 무엇을 더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중국에 간다 한들 브랜든의 행방을 알게 될 것도 아니고, 경찰에게 전화를 건다고 없던 단서가 튀어나올 일도 아니었다. 부모님과 처가가 많은 돈을 들여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봐도, 아내가 그 자리에서 기다려봐도 결국 누구도 브랜든에 대한 작은 단서 하나조차 찾아내지 못했다. 내 능력은 그들보다 훨씬 못했다. 대신 나는 수시로 기도를 했다. 여전히 무슨 신에게 말하고 있는지도 몰랐지만, 살아만 있게 해달라고 외쳤다. 그 문장은 이제 입술에 콕 박혀서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나왔다. 살아만 있어라. 기도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말을 반복하다보면 의문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라서 기도를 하는 건지, 이것만 하고 있어도 되기 때문에 기도를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오래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답을 알 수 없는 일이고 진짜 내가 알고 싶은 건, 오로지 브랜든의 생사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