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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나는 스물넷이 되던 해에 서울에서 뉴욕으로 갔고, 그 후 스무 해 동안 처음엔 학생으로, 그다음엔 이민자로 뉴욕에 살았다. 뉴욕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연한 기회에 윌 애런슨과 친구가 되었고, 함께 뮤지컬을 쓰기 시작했다. 뉴욕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회사에 다니며 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윌과 내가 함께 만든 두번째 뮤지컬이자,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스토리로는 첫번째였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한국 초연을 2016년에 무사히 마치고 나서 전업 작가(혹은 풀타임 아티스트)가 되기로 결심하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돌이켜보면, 오리지널 스토리를 썼다는 것에 어떤 시험을 통과한 것 같은 의미를 무의식중에라도 부여했던 것 같다. 그때 내 나이는 30대 중반이었고, 뉴욕에서 보낸 10년은 이방인 혹은 아웃사이더라는 내 아이덴티티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의 원룸 아파트를 베이스로 서울을 오가면서 윌과 함께 몇 편의 뮤지컬을 더 만들고, 몇 편의 공연을 번역하거나 연출하는 동안 다시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영어 버전인 〈Maybe Happy Ending〉이 9년의 작업 과정을 거친 뒤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하고, 우여곡절 끝에 흥행에 성공하고, 작년 토니 어워즈에서 6관왕을 수상함으로써 난 미국과 한국 양쪽에서 난데없이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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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미션(Intermission)’은 뮤지컬을 비롯한 공연들에 들어가는 막간 휴식을 뜻한다. 대부분 1막과 2막으로 나뉜 뮤지컬들이 1막을 끝내고 갖는 짧은 휴식. 무대 세트가 전환하고, 배우가 의상을 갈아입고, 스태프와 연주자들이 숨을 고르며 2막을 준비하는 짧은 시간. 작년 토니 어워즈 이후 지금까지의 시간이 나에겐 어떤 의미로서는 인터미션 같다. 〈어쩌면 해피엔딩〉 〈Maybe Happy Ending〉이라는 1막을 마무리하고, 이제 2막을 준비하는 시점. 많아진 인터뷰들, 방송 출연, 화보 촬영, 토크와 강연들을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들이 내 머릿속에 부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숨을 고르며 다음을 준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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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라는 직업을 그럭저럭 10년 넘게 이어가는 동안, 무대가 아닌 백스테이지가 익숙한 성격이 되었다. 창작자는 아무쪼록 창작물로 세상과 소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그리고 우린 애써 서로를 오해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 앞에 나서지 않고 백스테이지에 머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스포트라이트가 편한 성격이 아니기도 하고. 
그래서 이렇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것에 꽤 오래 망설였다. 그런데 요즘의 내 시간을 이렇게 문장들로 남기기로 결심한 건, 말하자면, 숨 고르기다. 

 

올해 초, 뉴욕의 반대편에 위치한 로스앤젤레스에 집을 마련한 것 또한 숨 고르기에 가깝다. 극작가로서의 정체성 말고 한 사람으로서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할 의무가 내겐 있다. 당장은 밝힐 수 없는 몇 가지 ‘대외비’인 이유도 있지만, 결국 내 다음을 위해, 앞으로의 행복을 위해, 지극히 감정적이고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예를 들어, 매일 미친 듯이 아름다운 이 날씨 말이다– LA에 살 곳을 마련했다. 이 문장들은, 그러니까, 극작가이자 이방인이며 어디에서든 조금은 아웃사이더인 내가 뉴욕과 서울, 그리고 LA를 오가며 보내는 지금, ‘인터미션’이라는 지금 이 계절의 기록이다. 

 

이 작품은 격주로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