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은주의 호수(마지막)


*

 

  시장은 아직 그곳에 있었다.
  좁은 길 사이로 채소와 과일 가게, 정육점과 생선 가게, 반찬과 젓갈을 파는 가게, 방앗간이 길게 이어졌다. 건어물 가게도 두어 곳 있었는데, 당연히 아빠의 가게를 인수한 곳은 아니었다. 상점과 식당이 쳐놓은 천막으로 하늘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발밑엔 정체를 알 수 없는 진득한 물이 고여 있는 곳이 자주 눈에 들어왔다. 시장을 통과하는 동안 은주를 알아보거나 붙잡는 사람은 없었다. 혹여 그들이 알아본대도 은주는 아빠로 인해 가난해진 어른들의 얼굴을 기억해낼 수 없을 터였다. 
  호수분식은 약국과 속옷 가게 사이에 있었는데 지금은 외부에 키오스크가 설치된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그 자리에 들어서 있었다. 예상은 했다. 은주가 이 동네를 떠나기 직전까지 호수분식 출입문엔 셔터가 반쯤 내려와 있었던 것이다. 은주는 커피숍 키오스크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선택하여 계산했고, 픽업대에서 커피를 가져온 뒤에는 커피숍 주변을 서성였다. 마치 약속이 있다는 듯이. 만날 사람을 기다리듯이. 
  호수는 모르겠지만, 은주는 학교에서 버스로 다섯 정거장 떨어진 종합병원까지 무작정 걸어간 적이 있었다. 언제나처럼 혼자 하교하던 길이었다. 곧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은주는 시장 사람들 몰래 할머니 집으로 들어가게 될 터였다. 그날 호수를 만나지는 못했다. 은주는 소아암 병동이 그 병원의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몰랐고 원무과 직원이나 경비 아저씨에게 물어볼 만큼 용감하지도 않았다. 은주도 호수처럼 고작 열 살이었을 뿐이었다. 은주가 할 수 있는 건 겁먹은 얼굴로 병원 로비에 앉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게 전부였는데, 돌이켜보면 그렇게 해봤자 호수를 만날 수 있을 리 없다는 걸 그때 은주는 이미 알고 있었던 듯하다. 만날 수 없어서 다행이라고 여겼을지도. 호수의 아픈 얼굴을 확인하고 싶지 않았고 막상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으니까. 그저 그곳에 갔다는 것, 그 정도 노력을 했다는 것, 그것을 알아주길 바랐다. 그 누구도 아닌 은주 자신이. 
  도망치듯 이 동네를 떠난 뒤부터 호수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아예 차단됐다. 호수가 완치되어 건강하게 퇴원했을 가능성과 아빠에게 사기당한 돈 때문에 수술과 치료를 미루다가 숨을 거두었을 가능성, 그 두 개의 가능성 사이를 추처럼 오가는 궤적이 은주에게는 곧 삶의 테두리였다. 어디에 가든, 누구를 만나든 그 보이지 않는 궤적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전해졌다. 채매니저일 것이다. 그녀는 오전에만 벌써 다섯 번이나 전화했었다. 은주는 왔던 길을 다시 거슬러갔다. 정육점, 그러니까 그 고학년 남학생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정육점을 한번 더 지나갈 생각이었다. 주인은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외관이나 간판은 그대로였다. 정육점 근처에 다다르자, 커다란 비닐 앞치마를 두른 남자가 계산대에 선 채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전 지나올 땐 보지 못한 남자였다. 마침 노년의 여성이 정육점 쪽으로 걸어가 무언가를 설명하자 남자는 환하게 웃으며 냉장 진열대에서 고깃덩어리를 꺼내 골절기에 넣었다. 시선을 느꼈는지 남자가 은주 쪽을 흘끗 보았다. 은주는 어디에도 숨지 못한 채 얼결에 남자 앞까지 갔고 사골을 주문했다. 사골은 냉동실에 있으니 기다려달라는 남자에게 은주가 신용카드를 내밀며 계산부터 하겠다고 말하자, 남자는 사람 좋은 얼굴로 고맙다고 대답하고는 결제를 마친 카드를 돌려주었다. 가까이서 보니 웃을 때 왼쪽 뺨에 작은 볼우물이 패었다. 오래전 그 남학생도 그랬던가. 기억나지 않았다. 남자는 이내 냉동실이 있는 안쪽으로 들어갔고 은주는 그때부터 뛰기 시작했다. 좁은 시장 골목에서 정신없이 뛰다가 누군가와 부딪혔는데, 고개를 들자 젊은 여자가 괜찮으냐고 물으며 사과했다. 여자 곁에 서 있는 장년의 여성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과는 내가 해야 하는데, 생각하면서도 은주는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고 여자는 한번 더 사과했다. 여자의 커다란 앞니가 은주의 시선을 끌었다. 은주의 상태를 확인한 두 여자는 서로의 팔짱을 끼고는 도넛과 꽈배기를 즉석에서 튀겨주는 가게 쪽으로 걸어갔다. 기계적으로 그들을 따라가던 은주는 어느 순간 걸음을 멈췄다.
  처음부터 알았으니까. 호수도, 호수 엄마도 아니란 걸. 다 잊었으면서, 잊어가고 있으면서, 오직 호수의 얼굴만은 선명하게 기억났다. 
  배신감이 들 만큼 선명하게.    
  시장을 빠져나오자 다리에 힘이 빠졌다. 전생을 살다 온 것만 같았다. 

 

*

  
  은주가 창고에 도착한 건 평소에는 퇴근 준비를 하던 시간이었다. 채매니저가 은주 대신 포장 일을 하고 있었다. 사무용품을 상자에 넣다가 창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은주를 발견한 채매니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완만하게 볼록했던 배가 그새 몰라보게 많이 나와 있었다. 
  “은주씨, 대체 뭐야?”
  목소리의 끝이 날카로웠다. 평소에도 채매니저는 다정하게 말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대신 정확하게 일을 시켰고 은주의 창고 정리 방식에 관여하지 않았다. 나도 난데, 은주씨도 참 말 없다. 웃지도 않고. 창고에서 일을 하고 한 계절쯤 지났을 때 단둘만의 회식 자리에서 채매니저는 맥주를 마시며 그런 말을 했는데, 은주는 그 말에서 건조한 애정을 느끼기도 했다. 창고에서의 시간을 잊지 못해 그리워할 때면 그녀도 함께 상기되리란 건 분명했다. 
  “무단결근까지는 그래, 사정이 있다 쳐. 근데 연락도 없고 전화도 안 받는 건 너무하잖아. 내 자리 꿰차게 돼서 마음놓고 이러는 거야? 근데, 지금 뭘 찾고 있어?”
  가볍게 묵례를 하자마자 책상 쪽으로 걸어가 서랍을 여는 은주에게 채매니저가 물었다. 
  “그냥 뭐 좀 가져가려고요.”
  “뭘?”
  은주는 대답 없이 서랍에서 꺼낸 플라스틱통을 가방에 넣었다. 책상 위엔 하루 동안의 먼지가 그새 쌓여 있었다. 책상을 손바닥으로 한 번 닦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창고에서 은주가 더 챙기고 더 정리해야 할 건 없었다. 은주는 채매니저 쪽으로 돌아섰고 사직 의사를 밝혔다.
  “점주 두 분에게는 대신 전해주세요.”
  “왜…… 그만두는데?”
  “……그냥 좀, 귀찮아서요.”
  채매니저의 얼굴이 굳어졌지만 은주가 더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매니저 자리를 빼앗기 싫다는 말은 굳이 하고 싶지 않았다. 잘못한 것이 없고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형성된 죄책감과 그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벌주는 삶의 방식은 이미 충분하다는 말이 진심에 더 가까웠지만 설명할 도리는 없었다. 정죄도 정죄 아닌 삶도 내 것이 아니면 좋겠다는 말 역시 은주는 채매니저가 납득할 수 있게 전할 자신이 없었다.  
  침묵 속에서 채매니저와 은주는 잠시 서로를 마주보았다. 은주가 순산을 바란다는 말과 함께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이번엔 채매니저도 은주를 향해 묵례했다. 
  은주는 창고를 나와 늘 바라보기만 했던 산을 향해 걸었다.  
  매미처럼 발견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죽음을 흡수한 모습으로. 계획도 했었다. 최소한의 음식만 섭취하다가 며칠씩 반복적으로 곡기를 끊는다든지, 밤마다 항히스타민 계열의 수면유도제를 권장량 이상으로 술과 함께 넘긴다든지. 그러다보면 어느 날엔가는 영양 결핍으로, 혹은 느려진 심장 활동으로 쓰러질 수 있을 터였다. 할머니처럼 의식이 흐려지고 호흡은 느려지는 며칠을 보낼 것이고 곧 숨도 멎게 되리라. 누구도 사인을 궁금해하지 않을 만큼, 그래서 부검 없이 화장될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러운 시신으로 발견되는 것이 중요했다. 그 모든 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은주는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되어 공영 장례로 세상과 작별하는 의식을 치른 뒤 한줌 재로 봉안 시설에 보관될 것이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산이나 바다에 뿌려질 터였다. 그렇게 한 생애는 또하나의 비밀이 될 것이다. 그 계획이 은주를 슬프게 하지는 않았다. 특별히 우울하게 하지도 않았다. 생명이 다하는 시기를 앞당기는 것일 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비극은 아니라고 은주는 생각했다. 그 선택이 행동이 되지 못한 건 호수 때문인지도 몰랐다. 일렁이는 호수를 감각하려면 살아 있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래전의 일이긴 했다. 팬데믹 시기, 배달 일을 제외하면 일을 하지 않았고 해야 하는 이유를 상실한, 심지어 일할 곳도 없던 사 년여 동안……
  가장 가까운 입산 지점은 공동주택 안쪽, 포레라는 이름을 내건 일곱 동짜리 아파트 단지 뒤편과 연결됐다. 아파트를 가로지르는 동안 유아차를 끌고 가는 여자, 강아지와 산책하는 노부부, 학원 버스에서 내려 어딘가로 달려가는 아이들이 은주를 스쳐갔다. 평화로운 풍경에서는 소음마저 테두리가 둥글었고 귓바퀴를 부드럽게 감싸왔다. 느슨한 직물 같은 여자가 들고 다니던 시끄러운 라디오가 떠올랐다. 여자도 이곳에 와봤을까. 시간의 비연속적인 통로를 지나서. 그랬다면, 이곳에서 휘적휘적 걷는 여자를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봤을까. 둘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아무도 여자를 신경쓰지 않거나, 여자가 먼저 도망쳤거나. 아니, 여자는 이곳에 발을 들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확률이 가장 높았다.
  입산 안내판이 보였다. 안내판에는 산의 지형뿐 아니라 봉우리와 전망대, 쉼터와 사찰과 체력단련장의 위치, 그리고 그곳까지의 거리가 각각 표시돼 있었다. 치유의 숲은 은주가 서 있는 곳에서 2.5킬로미터 떨어져 있었고 오십여 분 동안 걸어야 닿을 수 있었다. 은주는 산의 입구인 나무 계단에 주저 없이 발을 올렸다. 열 개 정도의 계단을 오르자 아파트 단지의 소음은 순식간에 소거되고, 대신 풀과 나뭇가지, 돌의 모서리에 바람이 잠시 머무는 소리가 산속을 가득 채웠다. 
  밤이 그리 멀지 않아서인지 등산로에는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 휴대전화를 꺼내 손전등 기능을 켜자 순식간에 날벌레들이 몰려오더니 치어떼처럼 빛 안에서 요란히 유영했다. 거리를 가늠하기 힘든 어딘가에서 새들이 울었고 초가을의 벌레들은 날개를 맞비비는 소리를 냈다. 
  텅 빈 체력단련장과 희미하게 석등을 밝힌 작은 사찰도 지나가자 공용주택지구와 그 주변까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나타났다. 은주는 전망대 끝에 선 채 발아래 세상을 내려다봤다. 어둠에 잠긴 세상은 별것 없어 보였다. 수많은 아파트와 건물들은 선반 위의 사무용품 상자들과 달라 보이지도 않았다. 별것 없지만, 저곳에서 서른두 해 동안 살아왔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전망대에서 십 분 정도 걸어가니 편백나무 군락, 그러니까 치유의 숲이 시작됐다. 
  편백나무의 생김새를 다른 나무와 구분하지도 못하면서 나무 냄새만으로 은주는 편백나무 군락 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편백나무 향은 맑고 쌉쌀하다고 했으니까. 그 순간 빗방울이 콧등에 떨어졌다. 빗방울은 금세 빗줄기로 굵어졌고, 움푹 파인 바위에도 빗물이 고여가는 게 보였다. 
  은주는 후드티의 모자를 눌러쓴 채 바위 쪽으로 걸어갔다. 머리 위로 새 한 마리가 모르는 곳으로부터 와서 모르는 곳으로 날아갔다. 
  새 그림자가 물에 비쳤다.
  마치 물웅덩이 속을 지나가는 조각배처럼.
  두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무언가가 빗물인지 눈물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상관없었다. 
  그것이 다행이라고, 오직 그것만이 다행의 전부라고, 은주는 사라진 새가 다시 돌아올 것만 같은 물웅덩이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