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녀의 손엔 걸레가 쥐여 있었다. 언제 다시 파도가 밀려들지 알 수 없지만, 여전히 자신의 손으로 헤쳐갈 힘이 남아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애영은 꼭두새벽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매일같이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걸레를 쥔 채 유령처럼 거대한 빌딩 안을 떠돌았다. 바닥을 닦고 있으면 머릿속이 맑아졌다. 움직일 때마다 깨끗해진다. 거기에는 그 어떤 곡해의 가능성도 착각할 여지도 없었다. 단순하고 명료했다. 끝내기만 하면 반드시 손에 쥘 수 있다. 온전히 내 힘으로 뭔가를 성취했다는 감각을. 애영은 오래도록 그 감각을 잃고 싶지 않았다.
*
마주치는 사람마다 뭉이의 사진을 보여주며 동네를 샅샅이 뒤졌지만 봤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마치 이 세상에 뭉이를 아는 사람이 그녀뿐인 것처럼. 애영은 이 상황이 문득 질 나쁜 농담처럼 느껴졌다. 처음엔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찾으면 찾을수록 뭉이에게서 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온몸이 땀으로 젖어 불쾌했다. 이렇게 무더운데 바람 한 점 불어주지 않았다.
더운 숨을 뱉으며 길가에 멈춰 선 그녀의 앞으로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오랜만에 나왔는지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부산을 떠는 모습에 애영은 시선을 빼앗겼다. 강아지는 아슬아슬하게, 도로와 가깝게 걸었다. 목줄을 쥔 학생은 휴대폰을 보면서 설렁설렁 따라가고 있었다. 애영의 가슴이 빠르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가드레일도 없는 인도 옆으로 자동차가 쌩쌩 달렸다. 저러다 강아지가 연석 아래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끔찍한 상상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손이 저도 모르게 움찔하고, 그 충동에 놀라 몸이 주춤거렸다. 학생이 뭐야 하는 얼굴로 애영을 힐끔 보고 지나쳤다.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멀어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주먹을 쥔 채 바라보았다. 좀처럼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만약 뭉이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다면, 자신은 절대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천변 쪽이었다. 축제가 시작된 모양이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뭉이가 혹시 천변으로 가진 않았을까. 그녀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천변을 향해 걸었다. 어느덧 해가 완전히 졌다. 가로등 불빛에 길어진 그림자만이 순순히 그녀의 뒤를 따라왔다.
천변은 생각보다 훨씬 붐볐다. 평소라면 조깅을 하거나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간간이 오가는 한적한 곳인데, 오늘은 형형색색의 인파로 가득했다. 구운 닭꼬치와 떡볶이 냄새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캐릭터 인형이나 형광 팔찌를 파는 상인들이 틈틈이 호객을 벌였다. 피크닉 매트를 펼치는 가족들도 있었다. 모두 즐거워 보였다.
애영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즐거움을 위해 모인 이들이 만들어낸 열기와 에너지가 여름밤의 생명력과 뒤섞여 넘실거리고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그것이 투명한 막 너머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느껴졌다. 소외감은 그렇게 문득 찾아왔다. 아무도 밀어내지 않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가장자리에 남겨진 기분. 그런 기분이 들 때면 애영은 뭉이를 끌어안곤 했다. 부드러운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고른 숨소리를 오래 들었다. 눈을 마주하면 그 작고 까만 눈 속에 담긴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뭉이의 세상만은 언제나 자신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걸, 그 눈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건 누구에게서도 받은 적 없는, 자신만의 유일한 자리였다. 여름밤의 활기 속에서 애영은 자신이 잃어버린 것이 단순히 강아지가 아니라 그 자리임을 또렷하게 실감했다.
그녀는 뭉이를 부르며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하지만 목소리가 음악에 묻혀 흩어졌다. 그때였다. 이어지던 음악이 끊기더니 곧 익숙한 곡이, 낯선 박자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건…… 버즈의 <겁쟁이>다.
그녀는 처음 듣는 원곡에 귀를 기울였다. 생활 체조 시간에 듣던 건 빠른 템포로 편곡된 버전이었던 것이다.
원래는 슬픈 곡이구나.
그녀는 체조 모임에 가면 꼭 이 얘길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겁쟁이>는 원래 슬픈 노래라고. 모두들 어리둥절해할 것이다. 그리고 신나는 <겁쟁이>를 들으며 체조를 하겠지. 마치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는 듯이. 애영도 홍학의 무리 속에서 아무 걱정 없이 춤을 추고 싶었다. 슬픔 따윈 애초에 몰랐던 것처럼.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태영이었다. 그녀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채점 시간이다.
―엄마, 어디야?
그 한마디가 애영을 아이로 만들어버렸다. 외로움이 그녀를 부추겨 숨 고를 틈도 없이 말이 터져 나왔다. 자신과 말이 통하는 유일한 사람을 만난 것처럼 그녀는 말을 쏟아냈다. 뭉이가 없어졌다고, 문을 열어둔 채 잠드는 바람에 밖으로 나간 것 같다고,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고, 미안하다고, 뭉이는 원래 네 개인데 잃어버려서 미안하다고.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갈수록 서러움이 복받쳤다. 외면하고 있던, 뭉이를 다신 찾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아무 말 없이 듣고 있던 태영이 입을 뗐다. 아주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는데도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음악 소리가 너무 컸다. 그녀는 한쪽 귀를 막고 인파에서 멀어졌다. 수화기 속 목소리가 점차 또렷해졌다.
그런데도 그녀는 태영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
또 그 눈이다. 불신의 눈.
그는 틀린 그림 찾기를 하듯 집요하게 애영의 두 눈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통화 후 곧장 달려온 태영의 얼굴엔 피로가 짙게 배어 있었다. 손깍지를 낀 채 두 엄지를 빙글빙글 돌렸다. 어릴 적부터 궁리할 때마다 나오는 습관이었다.
태영은 애영과 식탁 앞에 마주앉아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지만 말은 제대로 닿지 않았다. 태영은 애영이 입을 열 때마다 몇 번이나 같은 얘기를 반복하다, 이내 지쳐버린 듯 몸을 뒤로 빼고 고개를 흔들어댔다. 틀렸다는 듯이.
그 행동이 무언의 심문처럼 느껴져, 애영은 범죄자의 심정으로 몇 번이고 자백을 반복했다. 어쩌다 뭉이를 잃어버리게 되었고 어디를 찾아다녔는지. 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그녀가 말했다.
“인터넷 같은 데 올리면 좀 도움이 될까? 그런 거 너는 잘하잖아.”
그녀가 태영에게 기대하는 건 바로 그런 역할이었다. 자신은 할 수 없지만 태영은 할 수 있는 일. 하지만 애영의 말이 길어질수록 태영의 얼굴엔 슬픔에 가까운 체념이 내려앉았다.
“엄마.”
태영의 손가락이 멈췄다. 애영은 그가 궁리 끝에 어떤 결론을 내렸을지 애가 타는 마음으로 태영의 입을 바라봤다.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
태영은 마치 부당한 일을 당해온 사람처럼 거의 애원조로 말했다. 애영의 목구멍으로 뜨거운 서러움이 울컥 차올랐다. 대체 뭘? 뭘 그만하라는 거지? 이 수색을?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지? 원래는 네 개였잖아. 뭉이는 원래 네 개였다고. 태영이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애영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화의 흐름은 아까부터 계속 이런 식이었다. 만류하는 태영과 분개하는 자신. 가장 중요한 맥락은 정작 빠진 채로, 도무지 이어지지 않고 토막 난 말들이 서로의 앞에 쌓이기만 했다. 마치 각자 다른 극의 대본을 들고 있는 것처럼. 이 불통의 이인극을 애영은 계속하고 싶지 않았다. 귀한 시간을 더이상 낭비할 수 없었다. 이제 고개를 젓는 쪽은 그녀였다.
“안 도와줄 거면 시간 뺏지 말고 가. 난 다시 나가보련다.”
어느덧 아홉시에 가까운 시각이었다. 평소라면 잠자리에 들 시간이지만 오늘은 아니다. 오늘 밤은 아주 느리게 흘러갈 것이다. 일단은 다시 경비실에 가보자고 결심하고 애영은 의자를 밀며 일어났다. 태영의 눈 밑이 경련하듯 씰룩였다. 이 이인극을 끝내고 싶은 건 태영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못 찾는다고! 엄마도 알잖아.”
태영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애영은 그 떨림이 단순히 화가 나서만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마치 이 상황을 여러 번 반복해온 듯, 아들의 얼굴에서는 깊은 피로와 억눌린 분노가 느껴졌다. 그 표정을 바라보는 애영의 얼굴도 점점 어두워졌다.
혹시, 큰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자신이 여전히 타인의 호의를 정중히 거절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고 믿었지만, 실은 이미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는 어딘가에 도달해버린 것은 아닐까.
“……아니야.”
컴컴하고 좁은 길을 달리다 결국 방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감각. 아니, 사실은 처음부터 깨진 전조등을 달고 엉뚱한 곳을 헤매었다는 깨달음. 그러고 보니 뭉이와 마지막으로 산책을 나간 게 언제였더라. 식탁 위에 울려둔 리드 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혼란으로 흔들렸다. 고개를 들어 이곳이 어딘지 확인해야 했지만, 그녀는 멈춰 선 채 상황을 부인하듯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엄마.”
“아니야.”
애영은 도망칠 곳을 찾는 사람처럼 망연히 현관문을 바라봤다. 문 위에 명태 한 마리가 매달려 있었다. 먼지 낀 눈에 아 벌린 입. 이 집을 장만했을 때 그녀가 직접 달아둔 그것은 이제 아주 작은 액운조차 막아내지 못할 만큼 낡고 지쳐 보였다. 아니, 애초에 무언가를 막아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저런 말라빠진 생선 하나로 삶에 닥쳐올 불운이 비껴가길 바랐다는 사실이, 문득 우습고도 서글펐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 명태를 떼어낸 적이 없었다. 별것 아닌 부적에라도 기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마음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으니까.
그때 어디선가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둘은 동시에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소리는 베란다 쪽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서둘러 그곳으로 걸어가는 애영의 뒤를 태영이 말없이 따랐다.
베란다 안쪽에 뭔가 있었다. 선반 아래에 끼여 둔하게 꿈틀대면서, 엎어진 세탁물 바구니를 덜그럭덜그럭 밀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애영의 표정이 스위치를 켠 듯 단숨에 밝아졌다.
“여기 있었구나……”
애영은 잰걸음으로 다가가 그것을 품에 안았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아기를 어루만지듯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녀의 품에 얌전히 안긴 그것.
그건 로봇 청소기였다.
바퀴엔 머리카락이 감겨 있고 동그란 상판에서 붉은 램프가 깜빡이는.
“엄마가 얼마나 찾았는데……”
애영은 로봇 청소기의 매끈한 몸체를 연신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슬픔인지 안도인지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여 애영은 눈가가 흐려졌다. 애영에게 안긴 그것은 벗어나려는 듯 바퀴를 굴렸지만 애영의 두 팔에 갇혀 다만 움찔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 광경을 망연히 바라보던 태영이 뭔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이다가, 이내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그녀가 기어코 찾아낸,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일상을 도로 빼앗을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