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회

19. 망각(4)

19. 망각(4) 
    주아는 집에 혼자 있는 게 두려웠다. 원래 혼자 있는 데 익숙했고 아이들과 함께 지낸 것은 인생의 아주 짧은 기간이었는데도, 집에 홀로 남은 게 난생처음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점령당했던 집은 더 넓고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주아는 자신의 숨소리와 기침 소리, 울음소리가 벽에 부딪혔다가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자기 소리가 아닌 게 들려오는 것도 견딜 수가 없었다. 주아는 집안 어딘가에 아직 나가지 않은 아이가 숨어 있는 것 같아 이 방 저 방 다니며 방문을 열어 확인했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단 한 번도 문을 열지 않은 다락과 지하실까지 확인했다. 밖에 나갔다 오면 방에 놓아둔 빗이 거실에 나와 있거나, 주방에 있던 가위가 방에 있었다. 사실 방에 놓아둔 건지, 밖에 놓아둔 건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어쩌면 자신의 외로움이 만들어 낸 환각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모르는 척했다. 
    주아는 혼자 있는 것도, 누군가가 있는 것도 모두 무서웠고, 사는 것 자체가 무서웠다. 집이 무서워진 주아는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독서실에 가서 새벽까지 있다가 집에 잠깐 들러 씻고 학교에 갔다. 중간고사를 앞둔 독서실은 만석이어서 집에 있는 것보다 조금 나았다. 아무리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집중이 되지 않아 라디오를 들으며 디제이에게 보낼 편지를 쓰곤 했다. 외로움과 억울함, 하고 싶은 일들에 관해 쓰다보면 눈물이 앞을 가려서 단 한 번도 완성하지 못했다. 주아는 젖은 종이를 구겨버리고 책상에 엎드려 소리 없이 흐느꼈다. 누군가 등이라도 두드려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총무가 어깨를 툭툭 치며 시끄럽게 할 거면 휴게실로 가라고 퉁명스럽게 말할 뿐이었다. 주아는 다시 마음을 다잡아보려 했으나 총무에게 자기가 소음을 낸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일지, 그런 애들이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지, 모두 모여 앉아 자기를 욕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공부를 할 수 없었다. 시험기간이 가까워졌지만 한 과목도 공부를 끝내지 못했다. 성적이 떨어지면 엄마에게 혼날 것이 분명했고, 선생님들도 더는 자신을 신뢰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신경이 예민해졌다. 
    불안과 외로움이 극에 달했을 때 주연이가 독서실로 찾아왔다. 주아는 아무리 외로워도 주연이만은 다시 찾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주연이의 마음은 달랐던 것 같았다. 총무가 어깨를 두드렸을 때, 엎드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주아는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 주아는 자기가 코를 골았거나 이를 간 줄 알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총무는 찾아온 사람이 있다고, 침이나 닦고 나가라면서 피식 웃었다. 주아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주아는 자기도 모르는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아 경찰이 찾아온 것인지, 집에 살던 아이가 자기 혼자 빠져나간 것에 앙심을 품고 찾아온 것인지 알 수 없어 두려웠다. 혹시 엄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럴 리는 없었다. 독서실 입구에는 주연이가 서 있었다. 전보다 마르고 초췌한데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웃는 모습을 보니 주아는 갑자기 부아가 치밀었다. 그 이유가 주연이가 찾아와서인지, 너무 늦게 찾아와서인지, 형편없는 꼴이어서인지, 그럼에도 웃고 있기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집에 왜 안 들어오니?”
    “그러고도 여기 오고 싶냐? 양심이 있냐?”
    주연이는 뭐라고 할말이 있는 것 같았으나, 주아는 주연이가 더 말을 잇지 못하게 했다. 
    “그 난리통에 공부도 제대로 못했어. 너도 이제 여기 기웃거리지 말고 공부나 해. 이모한테 다 말해버리기 전에 제자리로 돌아가라고.” 
    주연이는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이었으나 주아는 못 본 척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주연이는 그뒤 며칠 더 찾아왔고, 주아는 한숨을 푹푹 쉬어가며 돌려보냈다. 마지막으로 주연이가 찾아왔던 날, 주아는 그날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지만 다른 날들과는 조금 다르게 대했다. 다른 마음이 있어서는 아니었고 총무에게 싫은 소리를 듣는 것도 주연이를 매일 만나는 것도 불편해 옥상의 휴게실로 끌고 올라가 매일 찾아오는 이유를 물었다. 주연이는 자신의 사연을 울며불며 이야기했고, 주아는 자기 고통을 남에게 말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주연이에게 정이 떨어져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니 다시 찾아오지 말라고 냉담하게 말했다. 주아는 독서실로 내려왔고 주연이는 돌아갔다. 그날 이후로 주연이는 다시 찾아오지 않았고, 주아의 소원대로 둘의 삶은 다시 연결되지 않았다. 
    주연이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주아는 그 사실을 경미 이모가 찾아온 뒤에 알게 되었다. 경미 이모는 주아가 집에 돌아가기까지 빈집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해가 뜨기 전 대문을 여는 주아에게 경미 이모는 무얼 하느라 늦게까지 돌아다니는 거냐고 호통을 쳤다. 주아는 경미 이모에게 한 번도 혼나본 적이 없어 당황했다. 자기 딸이 이상한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왜 남의 딸인 자신에게 그러는 건지 기분이 나빠져 큰 소리로 대답했다.
    “독서실이요. 오늘부터 중간고사라고요.” 
    경미 이모는 주아 앞에 폴라로이드 사진들을 던져놓았다. 사진 속에는 태규와 입술을 맞대고 있는 주연, 자연산과 어깨동무를 하고 혓바닥을 내밀고 있는 주연, 술병이 널린 거실 가운데에서 얼굴이 벌건 아이들과 함께 멍청하게 웃고 있는 주연이가 찍혀 있었다. 사진 속 공간 대부분은 이모가 너무도 잘 아는 주아의 집이었다. 
    “주연이가 사흘째 안 들어와. 너는 어디 간지 알지? 얘들은 다 누군데, 여기 있었던 거야? 아니, 왜 여기 없는 거야?”
    “저는 모르죠. 주연이 못 본 지 한참 됐어요. 이제 저는 주연이에 대해서 잘 몰라요. 우리는 너무 달라졌잖아요.” 
    ‘그게 이모가 원하시는 거였잖아요’라고 덧붙이고 싶었지만, 주아는 참았다. 경미 이모는 계속 아이들의 정체와 주연이의 행방을 물었으나 주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경미 이모는 주연이를 내놓으라고 길길이 날뛰며 멱살을 쥐고 흔들었다. 주아는 이모가 흔드는 대로 몸을 맡긴 채 딴생각에 빠져들었다. 집을 찾아와 엄마를 찾던 여자들이 엄마에게 이렇게 하고 싶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껏 한 대도 맞은 적 없는 게 천운이다 싶었다. 엄마가 그 꼴을 면한 게 집에 들어오지 않아서였고, 자기가 이 꼴을 당하는 게 집에 돌아왔기 때문인 걸 보면, 집을 떠나버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경미 이모는 힘이 다하자 바닥에 주저앉았다. 
    “주연이는 실종된 거라고. 네가 제일 친한 친구잖아.” 
    경미 이모가 주연이처럼 우는 통에 주아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했다. 그때까지도 주아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주연이처럼 숨어버린 아이들을 너무 많이 알고 있었고, 대부분 집으로 별 탈 없이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주아는 주연이가 자연산이나 태규와 연결된 아이들과 지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모든 일에서 쏙 빠져 있었지만, 주연이도 그 애들과 다를 바 없는 아이였다. 
    “네가 뭘 숨기는지 모르겠는데, 제발 좀 말해줘. 주연이가 잘못되면 너도 편히 살 수 있겠니?”
    그 말을 남기고 떠난 경미 이모가 집 전화로 연락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다시 찾아오지는 않았다. 주아는 주연이가 집이 싫어 돌아가지 않는 거라고, 돌아가고 싶으면 언제고 그럴 거라고, 돌아갔다 해도 그 모녀가 자신에게 연락하는 일은 영영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아는 그들에게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중간고사를 완전히 망쳐버렸고, 그로 인해 부모 면담까지 하게 되었다. 엄마는 학교를 나와 주아의 등짝을 여러 대 갈기며 지 애비 같은 년이라고 욕을 해댔지만, 이런 날이어야 간신히 얼굴을 보고 밥이라도 한 끼 함께 먹을 수 있었으니 나쁘지만은 않았다. 엄마는 집에는 들르지 않고 자기가 지내는 어딘가로 돌아갔다. 시험이 끝나도 주아는 독서실에서 새벽까지 공부했다. 주아는 늘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 독서실에서는 반을 엎드려 자고, 남은 시간의 반은 엎드려서 라디오를 들었다. 학교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턱을 괴고 자다가 선생님에게 혼나기 일쑤였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엎드려 자다 깨보면 아이들은 모두 음악실이나 체육관으로 이동해 있었다. 누구도 주아를 깨워주지 않아 혼자 남아 있다가 결과 처리를 당하곤 했다. ‘쟤는 밤에 뭘 하느라 매일 저러냐?’ ‘아직 장사 하나봐.’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면 엎드린 채, 저것들의 뺨을 갈겨줄까, 정강이를 차줄까 고민하다가, 다시 잠에 빠지곤 했다. 주아는 자신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집에선 여전히 화장실에 놓아둔 줄 알았던 머리끈이 책상 위에 올라와 있거나, 소파 위에 있던 무릎 담요가 바닥에 떨어져 있기도 했다. 주아는 원래 그 자리에 두었는지도 헷갈려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집안 어딘가에서 인기척이 들리는 듯했지만, 다시 뒤져보지는 않았다. 어차피 늘 그랬듯 기찻길 근처에서 들려오는 소리일 게 분명한데 자기가 상태가 좋지 않아 가까이서 들리는 것처럼 느끼는 거라 생각했다. 주아는 자신의 감각을 믿을 수 없었다. 
    주아는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 뭐 하나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주연이는 주아의 믿음과는 달리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주아의 집으로 돌아왔다. 아니, 먼저 돌아와 있었다. 주아가 아직 캄캄한 새벽에 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갔을 때 마당 안쪽 감나무에 무언가가 걸려 있어 소스라치게 놀랐다. 주아는 어딘가에서 날아온 옷가지가 나뭇가지에 걸린 줄 알고 투덜거리며 다가갔다. 몇 걸음도 가지 않아 주아는 나무에 매달린 사람의 실루엣을 알아볼 수 있었다. 두 발은 땅에서 겨우 한 뼘 떨어져 있었고, 그 밑에는 의자가 쓰러져 있었다. 주아는 마당에 불을 켤 생각조차 못한 채 달려들어 두 다리를 끌어안아 들어올리려 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지만, 주아는 줄이 목을 더 파고들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그 몸은 주아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고, 맨다리는 손댈 수 없이 차가웠다. 주아가 온몸으로 맥없이 늘어진 사람을 끌어 올리려 할 때마다 줄이 감나무 껍질을 긁어댔다. 주아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주춤하자 사람이 아래로 툭 떨어졌고, 가지가 크게 흔들리면서 바싹 마른 감나무 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주아는 가느다란 다리와 자그마한 엉덩이로 그 사람이 주연이라는 것을 짐작했고, 이미 숨을 멈춘 지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하늘이 밝아오자 혀를 빼물고 눈을 반쯤 뜬 주연이의 잿빛 얼굴이 드러났다. 주아는 주연이가 눈을 뜰까봐 무서웠고, 끝내 눈을 뜨지 않을까봐 더 무서웠다. 주연이는 주아의 옷을 입고 주아의 신발을 신고 있었다. 주연이의 몸에서는 주아가 쓰는 바디 워시와 바디 로션 냄새가 났다. 주아는 주연이의 몸에 얼굴을 파묻고 주연아, 주연아, 하고 부르려 했지만 목이 메 소리가 나지 않았고,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주아는 자기도 모르게 삑삑거리는 비명만 질러댔다. 그 비명은 지나가는 화물차 소리에 이내 묻혀버려 누구도 이 마당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다. 멀리 퍼져나가지 못한 비명은 담과 집 벽에 부딪혔다가 집안에서 혼자 울던 주아의 울음소리처럼 고스란히 자신에게로 돌아왔다. 
    주아는 어쩌면 자기도 모르게 주연이와 함께 지내고 있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게 언제부터 언제까지였는지, 주연이가 이곳에 매달려 있던 게 대체 언제부터였는지 주아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어쨌거나 주연이는 다시 돌아왔다. 아무리 돌려보내도 돌아오던 아이가, 이제는 다시 돌려보낼 수 없는 형태로 돌아왔다. 그렇게 주아의 삶은 주연의 삶이 아닌 죽음과 연결되었다. 주아의 소원은 그렇게 실현되었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주아는 많은 것을 잊고 살았다. 주연이가 죽었다는 사실은 때때로 현실감이 없었다. 오래전에 헤어져 다시 만나지 못하는 다른 친구들처럼, 어딘가에서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감나무에 매달려 있던 검은 실루엣과 차가운 다리, 햇살이 창백한 얼굴을 비추던 순간은 결코 잊을 수 없었다. 그 죽음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인지 주아는 살아 숨쉬던 주연이를 잊었다. 주연이가 어떤 아이였는지,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자기 인생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지 잊었다. 함께 했던 시간, 함께 한 일, 함께 울고 웃던 순간들을 모두 기억에서 도려내버렸다. 
    주아는 유재를 잊지 않기 위해 온갖 짓을 다 하고 있으면서, 먼저 죽은 주연이를 까맣게 잊고 살았다는 사실이 몹시도 부끄러웠다. 그 모든 것을 잊었으니, 주아는 용감하게도 승재에게 집을 나간 아이들이 모두 돌아온다며 브랜든의 무사 귀환을 호언장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주연이도 돌아오긴 했다. 주아는 이제 돌아온다는 말이 살아서 돌아온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