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아하는 것이라면 아주 여러 번, 질리도록 반복하며 곱씹고 또 곱씹는 타입이다. 게임 <스타듀밸리>는 스팀 기준 삼천삼백 시간을 했고 만화책 『헌터X헌터』 속 단 한 컷 등장하는 조연들의 이름까지 전부 외우고 있으며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인 포켓몬스터 푸린 굿즈는 이케아 블롤리덴 장식장 세 개에 꽉꽉 찰 만큼 모았다. 그러나 정말 좋아하는 영화 <레옹> 은 여러 번 보지 못했다. 그 영화의 가장 슬픈 장면인, 마틸다가 레옹을 잃는 장면을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들어서였다. 내가 이 영화를 재생한 탓에 그가 그 불행을 한 번 더 겪게 된 것만 같았다. 비슷한 이유로 이 소설을 마무리하고 나서 내내 조금씩 괴로웠다. 『구름 사람들』은 내가 지금까지 쓴 소설 중 가장 길고 슬프고 무거운 이야기다. 내가 오하늘을 이렇게 만들어 내놓는 바람에 이 우주 어딘가에 한 사람어치의 새로운 불행이 존재하게 됐다.
내게 그럴 자격이 있나.
지금까지 소설을 쓰며 되도록 해피 엔딩을, 그렇지 못하겠거든 차라리 열린 결말을 택해왔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소중한 사람을 모두 잃은 오하늘은 끝내 행복해지지 못한다. 이대로 소설을 끝내버리는 게, 오하늘이 사는 세상을 이 모습으로 완결지어 영영 닫아버리는 게 미안하고 두려웠다. 그래서 에필로그를 썼는데 그 안에서조차 하늘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아니, 그가 행복해지길 원하는지조차 나는 알 수가 없다.
미안해.
마음속 세계에 대고 그렇게 말하면 하늘은 표정 없는 얼굴로 나를 돌아본다.
이 소설을 쓰며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언제나 내게 가장 깨끗한 애정과 응원을 주는 김홍, 그리고 950매에 달하는 긴긴 원고를 흔쾌히 읽어주고 황금 같은 피드백을 준 박서련 작가에게 감사와 사랑을. 더불어 연재 기간 동안 고생해주신 문학동네 임고운 편집자님께 따뜻한 포옹과 박수를 보낸다. 여러분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소설이 연재되는 동안 내 첫 조카가 태어났다. 부모의 것을 한 글자씩 합쳐 만든 이름을 가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순한 아기. 그 아기의 건강과 무사를 이곳에 빈다. 조금 뜬금없긴 하지만, 소설가가 얻을 수 있는 가장 영광되고 드높은 순간은 무사히 완성해낸 하나의 세계를 아물려 닫는 때라고 생각하기에.
2025년 8월
이유리